📘Goodbye 2024
2024 정말 잊지 못할 한해였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많은 마일스톤들이 있고, 그 마일스톤을 한해에 하나 담기도 어려운 법인데 2024는 3가지 마일스톤들이 지나간 해였기에 가장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 석사 졸업
- 첫 취업
- 이직
하나 하나의 키워드가 굵직굵직해서 솔직히 지금도 이게 저한테 한해동안 일어난 일이었던가 어떨떨하긴 한데, 돌이켜 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2024년도 회고야 말로 정말 쓸것도 많고 다시 되짚어 볼 것도 많은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이 나지 않는 1월부터 달력을 짚어보며 회고를 시작해보겠습니다.
1월
12월 폭풍 전야와 같은 논문 심사를 마치고 마지막 논문 편집을 하며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2년 동안 다사다난했지만 결국 이 논문 한편을 위해 달려왔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고, 내 자신이 나름 대견하다고 생각하며 마지막 졸업 논문 편집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비록 졸업 논문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읽고 피드백을 주는 연구적인 임팩트가 큰 결과물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석사 기간동안 내가 공부한 것들과 주장하고자 하는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지금까지도 큰 거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졸업을 하고 한동안은 나에게 주는 휴식 선물로 취직을 바로 할 생각이 없없지만, 말할 수 없는 사정에 의해 바로 취준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아직 공채 기간이 시작되지 않았기에 스타트업들 위주로 열심히 지원서들도 쓰기 시작했던 기간이었습니다. 물론 석사 연구 내용과 유관한 직무들을 찾긴했었지만 막상 사회생활 전선으로 나아가니 나를 어필할 부분이 많지 않아 당황스럽기도 하고 조금은 좌절스럽기도 했지만, 다른 측면으로 나의 성과들을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취준을 하면서 가장 막막했던 점은 코딩 테스트와 같은 스킬적인 측면을 보는 것들이 스트레스가 심했었는데, 아무래도 지금까지 연구 코드만 작성해오던 사람이라 알고리즘 능력에서는 많이 부족하기도 하고 시간 제한이 있는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2월
2월은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대학교 졸업때는 코로나 시기였기에 친구들도 초대하지 못하고 바로 입학할 대학원으로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졸업식을 잘 즐기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석사 졸업은 연구실에 단 한명 졸업에다가 친구들도 초대해서 진정한 주인공 놀이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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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부터 여기저기 열심히 알아보던 취준은 한 스타트업에 합격이 되면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사실 대기업과 스타트업 사이에서 많은 고민들이 있었지만 조금 더 많은 권한과 다이나믹한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스타트업을 선택했었습니다. 직무와 회사 위치 등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3월달부터 일하게 되어서 급하게 동생과 함께 일본 여행을 떠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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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준비하는 여행이라 여행을 준비하는 설레는 마음이 크진 않았지만 그동안 긴 시간 공부하느라 수고 많았다고 스스로에게 상을 주는 여행이었기에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대학생때 교환학생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여행을 갈 수 있는 시기들도 코로나 때문에 다 놓쳐버리고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졌어도 대학원생이라는 신분에 걸맞게(?) 자유롭지 못했기에 해외 여행은 꽤 오랜시간 동안 마음 한켠에 소원으로만 있었습니다. 가까운 일본 조차 한번도 가본적 없었기에 바로 비행기 티켓을 끊고 떠났던 마음은 정말 최고의 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3월
진짜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사실 초기에 회사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나이대가 비슷하고 에너제틱한 회사 분위기 때문에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물론 대학원생일 때와 차원이 다른 월급에 신났던 것도 사실이지만요. 마치 신학기에 들뜬 설렘과 긴장감이 교차하는 듯한 느낌을 직딩으로써 느끼는 한달이었습니다.
4월
4월은 회사에서 워크샵을 다녀왔었고 생각보다 대학교 MT같은 분위기에 재밌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첫 회사가 대학원 같은 성격이었어서 마치 대학원을 다시 입학한 느낌이긴 했습니다. 그래도 회사이기에 내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고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지 계속 긴장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4월애 20년 이상 알고지낸 친한 언니의 결혼식이 있었는데 정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4-5살때부터 알고지내온 언니의 결혼식을 마주하고 나니 저도 벌써 그런 나이가 되었구나 새삼 깨달았고, 지금까지 학교생활만 해온 나에게 이후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하게된 날이었습니다. 졸업하고 직장까지 가지게 되었으니 마치 결혼이 다음 숙제인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나는 그런 인생의 동반자를 만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고민들이 머리속에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언니의 결혼식에서는 진심으로 축하와 행복을 기도했습니다.
5월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고 많은 휴일들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또한 직딩으로써 처음으로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28살이 되어서야 드린다는 게 죄송하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5월에 갑자기 대학 동기를 만나게 된 날이 있었는데, 이 날 제 꿈에 대해 다시 복기해보게 되었었습니다. 연말 회고에 적을 정도로 인상이 깊은 날이었는데, 퇴근을 하고 그 친구를 만나는 날 예전의 빛나는 눈빛이 사라진 것 같다
라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사실 회사에서 어떠한 이유로 점점 지쳐가고 있었고 어떻게 타파해야할지 몰라 힘든 상황이었는데 그런 상황을 모르는 친구가 그 이야기를 하자 다른 사람을 통해 진짜 내가 지쳐있구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방향을 찾아봐야겠다는 능동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고 나를 위한 다른 자리를 찾아보고자 이직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 무슨 보람을 찾는 거냐, 낭만을 쫓는 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었지만 친구의 말을 통해서 다시 마음속에 열정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6월
첫 회사에서의 첫 결과물을 내는 시기였습니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처음으로 사회에서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의 결실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 많이 부담되기도 하고 정말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많이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미숙한 마음과 태도로 결과의 성패와 상관없이 실망한 부분들이 있었고 프로젝트가 마무리가 되는대로 퇴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퇴사와 별개로 마지막까지 제 역할을 잘 마무리하고 나온 것 같아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이때 얻은 교훈들은 지금도 많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직하는 곳을 어느정도 정해놓았었기 때문에 이후 돈을 벌 걱정은 크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직을 처음하다보니 당황스러웠던 점들도, 두려웠던 점들도 많았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들과 별개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한다는 건 많이 다르구나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점들에 능숙하지 못한 스스로가 실망스러웠지만 이렇게 배워가며 성장하는 거겠지..라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7월
7월 중순까지 다니고 나서 퇴직을 하고, 졸업하고도 많이 놀지 못했으니 한달은 놀아야지! 하고 국내에서 전시회등을 돌아다니며 휴식을 취했었습니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혼자 여행하는 것이 있었는데 서울 종로 한옥 숙소에서 약 4일간 여행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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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태생이지만 바빠서 서촌과 같은 한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들을 가보지 못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옥 숙소에서 맘껏 즐기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퇴사와 이직을 하면서 스스로도 단단하지 못함을 느꼈었는데, 왜 그랬는지 어떤 상황에서 내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등등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 내린 결론은 내가 하는 직무에서 너무 이상적인 Hero를 찾을려고 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주니어고 신입이니까 라는 이유로 내가 하는 직무에서 나를 리드해줄 누군가를 계속 찾느라 내 에너지가 고갈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로보틱스 + AI를 하는 직무 자체가 신기술이고 빛나보여서 멋져보일지는 몰라도 실제 현장과 산업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사례, 성공시켜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가 보고 배울 수 있는 표본을 찾기 보다는 결국 내가 처음 찾아서 만들어가야 하는구나를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뜬금 없지만 최애 밴드인 The Score의 Don’t need a hero 라는 노래가 이 교훈을 잘 담고 있는 노래라는 생각이 드네요.
8월
두번째 회사에 출근을 시작했습니다. 분위기와 사람들이 첫회사와 정말 정반대였습니다. 우선 거리부터 판교로 거의 2시간 출근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도 이전 회사가 40분 거리였다는 점이라 정말 달랐습니다. 마치 밸런스 게임의 정반대 선택지만 다 고른 것처럼 분위기, 사수, 일하는 방식.. 등등 완전 새로웠던 것 같습니다. 두번째 회사는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습니다 :)
9월
9월에는 점점 다가오는 시연날과 함께 현장도 바쁘게 오가며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일했던 것 같습니다. 첫회사에서도 그랬지만 입사하고 거의 3개월 내에 항상 시연해야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팀원들과 사수의 좋은 팀워크로 일하는 동안 외롭지는 않았었습니다.
10월
10월.. 잊지 못할 시연이 있었습니다. 시연 전날 새벽까지도 제가 맡은 부분이 잘 작동되지 않아 완전히 멘탈이 나갔었지만 팀장님과 팀원들의 도움과 끝까지 놓을 수 없었던(?) 멘탈을 붙잡아 결국 성공을 시켰습니다. 지금도 그 시연날을 생각하면 아찔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냈기에 지금은 웃으면서 회고를 적을 수 있습니다. 원래 10월은 제 생일있는 달이기에 가장 좋아하는 달인데 24년도 10월은 시연 때문에 순간 최악의 달이 될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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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말고도 또 한가지 경사가 있는 10월이었습니다! 석사 과정을 시작하면서 시작했던 4족 보행 로봇관련 연구자료들을 모은 awesome list repository가 512개 star를 달성했습니다! 사실 512개까지 모을 수 있을지 모르고 이전에 포스팅으로 자축을 다 한 상태였지만 이후로도 스타가 많이 늘어서 너무 기뻤던 하루였습니다.(현재 회고를 작성하고 있는 순간에는 벌써 606개의 스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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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월은 조금 한숨 쉬어가는 한달이었는데 지금까지 일과 공부에만 전념했던 생활에 조금 tweek을 준 기간이었습니다. 인간관계에 공부를 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공개되는 회고에 적기에는 조금 민감할 수 있어서 이 부분은 개인적인 다이어리에만 쓰려고 합니다.
직무적으로는 조금씩 자기효용감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두번째 회사에서의 적응도 어느정도 된 상태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회사에서 어떤 점을 바라고 있는지 align을 하면서 내가 성장할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생겼었습니다. 특히나 회사에서 얻기 쉽지 않은 기회인 Facebook Meta와 협업하는 프로젝트에 내가 involve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더 능동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되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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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연말이 다가오는 12월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느끼며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첫번째 회사도 5개월, 두번째 회사도 5개월째 되는 달이라서 스스로 각 회사에서 느낀점이 어떤 부분에서 다른지 짚어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부분에서 취약하다고 느끼는지 파악해볼 수 있었습니다.
12월에 갑자기 친구들의 추진력 덕분에 필리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딱 24년도 말일까지 필리핀에 있는 여행일정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동남아로 가족들이 아닌 친구들끼리 가는 여행이라 긴장도, 걱정도 많이했었지만 엑티비티도 많이하고 추억들을 많이 쌓을 수 있어서 정말 재밌었던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내가 막연히 가지고 있는 걱정이 생각보다 많고 경험했을때 깨달을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걸 다시한번 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마무리
한때 회고를 남기는 것에 대해 회의적일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억
한다는 점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는 생각이 들고 나서 다시 회고를 하고 있습니다. 글의 서두에도 적었듯이 2024년도가 정말 많은 일들이 있던 한해였기에 전체 인생에서도 기억에 남을 한해가 될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2025년도에 가끔씩 24년도 회고를 보러올 것 같은데 그때에는 조금이라도 성장해있는 또 다른 내가 되어있길 바라며 회고를 이만 맺겠습니다.